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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NOTE Reporting

L NOTE Reporting : “Beyond Earth”,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로 향할 때

by L-NOTE 2023. 10. 17.

Beyond Earth에서 사샤세이건 & 이소연


 
HIT(Humanity In Tech) 포럼

“Beyond Earth”,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로 향할 때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딸 ‘사샤 세이건’과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이소연’ 박사가 함께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 전 세계 우주 예산 ‘1000억’ 달러 돌파, “엄청난 비용을 들여 우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 컨설팅 및 시장정보 업체인 유로컨설트가 발표한 ‘정부 우주 프로그램(Government Space Program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 정부의 우주 투자 규모는 총 1030억 달러(136조 8천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한 해 전보다 9% 늘어난 것이자 역대 가장 많은 금액입니다. 한국도 7억2400만달러로 영국(11억5400만달러)에 이어 10위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이토록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우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산업 인프라, 국방, 복지 등에 투자하면 단기간에 큰 성과를 얻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사실 이 질문은 최근 ‘로켓’, ‘위성’ 등 우주 인프라를 선점하지 못한 우주개발 후발 국가들은 물론, 초창기 美 항공 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stration)도 직면했던 아주 오래된 ‘이슈’이기도 합니다.
 
때마침 이러한 난제에 답하기 위한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10월 11일 과학도의 바이블 '코스모스'를 출간한 전설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딸로 다양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샤 세이건'과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이소연' 박사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헬륨 풍선을 우주로 날려 화제가 된 김해분성고등학교 과학동아리 소속의 ‘최세영’ 군과 국내 우주개발의 역사를 선도해 온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함께 했습니다.  

언론사 코리아헤럴드가 'Beyond Earth'라는 타이틀로 개최한 HIT(Humanity In Tech) 포럼에 참석하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우주로 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 왔을까요?“
“앞으로의 여정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천억 불’ 우주시대를 맞아, 이 날의 이야기들에 주목할 때입니다. 

 

1. 인류가 우주로 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가치관의 확대 - 개방과 긍정 – 오픈 이노베이션

일반적인 세미나 및 포럼에서 대부

분 우주 개발의 목적은 ‘기술의 진보’, ‘산업의 발전’, ‘국가 안보의 확보’로 수렴됩니다. 그러나 이날 샤사 세이건과 이소연 박사가 논의한 내용은 결이 다릅니다.

‘샤사 세이건’은 우주를 알아가는 것은 ‘문명’이 한걸음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세계가 넓어질수록 가치관도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천동설의 극복,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의 도래, 산업혁명의 발생, 교통수단의 고도화 등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진보는, 우리가 ‘지구’ 그리고 ‘인류’라는 공동의 인식을 갖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인류가 우주를 마주하게 되면, 지구인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싹틀 것입니다. 장기간 이어온 국가/민족 간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변화가 ‘우주’로부터 싹틀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내용입니다.
 
이소연 박사가 이야기한 우주 정거장에서의 경험도 유사합니다. 정거장에 머무는 우주인들은 서로 다른 국가와 정치적 입장에도 유대하며 서로 돕습니다. 광활하며, 위험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우주 공간에서 피아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사실, 모호한 개념, 나와는 다른 생각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것이 새로울 수 밖에 없는 ‘우주’라는 영역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대항해시대 지식인들이 낯선 대륙을 보며 ‘세계’라는 개념을 깨우쳤듯, 인류 문명이 거대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물결을 맞아 새롭게 ‘개화(開花)’하는 계기가 마련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새로운 진보에 대한 믿음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우주시대를 준비하는 산/학/연/군/관 관계자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멋진 결론입니다. 

 

2.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 왔을까 : 40년 늦게 시작했지만, 2032년 달 착륙 실현 포부

추석을 앞둔 9월 15일, 다누리가 달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미국, 러시아 등 선진국보다 약 40년 늦게 시작된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역사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속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우주개발은 1992년 첫 위성 ‘우리별 1호’ 및 1993년 과학로켓(Korea Sounding Rocket) 발사를 시작으로 태동기를 맞이했습니다. 이후 소형위성, 다목적 실용위성, 정지궤도 위성에서 차세대 중형위성과 초소형 위성 등의 개발을 완료/진행하며 당당한 우주 강국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특히 독자 역량으로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도 발전을 거듭, 지난 5월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한 이후, 2025년 하반기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의 사업 추진 일정에 맞춰 누리호 4호 발사를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자적인 우주탐사선의 개발도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2022년 8월 5일 우주탐사 기술 확보 및 검증을 위한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를 발사, 12월 26일 달 임무궤도(달 상공 100km 원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다누리는 달 탐사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 중이며, 우수한 관측 결과와 연료량의 여유를 고려해 운영 기간을 당초 2023년에서 2025년 말까지 연장했습니다. 

앞으로의 포부도 대단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통해 ‘2045년 우주경제 글로벌 강국 실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2032년 달, 2045년 화성 착륙을 실현하고, 2027년까지 정부 투자를 1.5조 규모로 확대하는 한편, 우주 기업체의 세계시장 비중도 2040년에는 1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우주 탐사 확대, 우주 수송 완성, 우주 산업 창출, 우주 안보 확립, 우주 과학 확장을 5대 장기 우주개발 미션(Mission)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3. 앞으로의 여정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무한한 상상력이 진정한 경쟁력 될 것

고교생들이 띄운 헬륨풍선 기구가 성층권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주 탐사에 쓰이던 ‘로켓’은 지난 50년간의 패러다임을 반복해 왔습니다. ‘신뢰성’을 가장 우선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제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고 민간 기업의 진출이 본격화되며 우주로 가는 방법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재사용 로켓부터 우주 배송까지 이르기까지 새로운 혁신 영역도 출현하고 있습니다. ‘신뢰성’에서 ‘가능성’으로 패러다임의 중심이 이동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주 기술이 성숙할수록, ‘새로운 솔루션’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과감하게 ‘선택’하고, 현실로 ‘구현’하는 상상력과 실행력이 진정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더 이상 우주는 과학자, 기술자 혹은 정치인과 군인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문화, 예술,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우주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미술 전공 학생이 우주에 관심이 많지만 전문성이 높지 않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소연 박사는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야구를 잘해야 야구팬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학, 공학적 지식이 없어도 부담없이 우주를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 우주를 대상으로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드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며 가치있는 일이며, 앞으로 그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헬륨 풍선을 띄워 성층권을 촬영하고 회수하는데 성공한 김해 분성고등학교 과학동아리 학생들의 도전이 더욱 뜻깊게 다가옵니다. 풍선에 달린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에는 거제시와 남해군, 일본 나가사키현 대마도까지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특히, 풍선을 이용한 성층권 촬영은 GPS를 활용해 수거하는 기술이 핵심인데, 고교생들이 실험에 성공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빠르게 선진 기술을 습득하고 구현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 성과는 눈부십니다. 선진국보다 40년 늦게 시작했음에도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에 성공하는 등 우주 강국으로의 본격적인 꿈을 꾸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 우주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넓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상상력과 실행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인식’ 마련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가까운 미래, 학생들의 선호 직업에 ‘우주인’이 등장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1990년 보이저 1호가 약 60억km 떨어진 행왕성 궤도 부근 외부 태양계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기획으로, 그는 이 사진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라고 작명했다.]




스원이와 사샤세이건